[낙원프레이즈 2018 년 4월 호]
부부상담 – 건강한 분리
글_방미화
(이룸심리상담센터 대표)
‘결혼 3년 차인 이민주 씨는 이혼을 고민 중입니다. 남편이 시어머니나 시누이와 관련된 일이라면 민주 씨가 입도 벙긋 못하게 눈을 부라리며 화를 내기 때문입니다. 경제력, 학력, 인물, 매너 등 빠질 것 없는 남편이지만, 시댁과 관련된 일에서는 그야말로 ’남의 편‘인 남편이 이민주 씨는 야속하기만 합니다’. (출처 : ‘가트맨의 부부감정치유’ 사례 중)
‘은영 씨(가명)와 진수 씨(가명)는 결혼한 지 6개월 된 신혼부부입니다. 최근 이 부부는 자주 다투게 되었습니다. 부부사이의 일을 사사건건 부모님과 의논하고 의지하는 아내의 태도와 아내의 말만 듣고 일방적으로 요구하고 잔소리하는 장인 장모 때문에 남편인 진수 씨가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기 때문입니다. 진수 씨는 장인 장모를 생각하면 짜증이 나고, 아내의 편만 들고 자신의 이야기는 들으려고도 하지 않는 장인 장모에게 섭섭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상담현장의 사례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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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혹시 결혼생활을 하면서 이 두 사례와 비슷한 갈등을 경험한 적이 있으신가요?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마 많은 부부들이 이와 비슷한 어려움에 공감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런 갈등은 결혼을 통해 원 가족과 분리되어 핵가족을 이루는 과정에서 ‘건강한 분리’가 되지 않았을 때 겪게 되는 어려움입니다. 동양 문화권에서는 집단주의와 효를 중시하는 유교적인 전통이 강하기 때문에 결혼한 부부가 ‘건강한 분리’를 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습니다. 또한 요즈음에는 결혼한 성인자녀가 정서적, 경제적, 자녀양육 문제 등으로 부모를 의지하는 경우가 많아서 이런 갈등이 가중되고 있는 상황입니다. 여권신장과 모계중심 사회로 변화하면서 장인 장모와의 갈등을 호소하는 사위들의 상담사례도 늘어나고 있습니다.
건강한 부부관계를 위해 가장 중요하고 우선시 되는 것 중의 하나는 바로 원 가족과의 ‘건강한 분리’입니다. 그것은 경계와 관련이 깊습니다. 미누친(Minuchin, 1974)은 부부가 건강성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분리된 체계를 가지고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이것은 부부가 관계 내에서 보호, 사생활, 친밀감을 확보하도록 그들의 관계 주위에 경계선 또는 눈에 보이지 않는 일종의 보호막을 형성해야 함을 의미합니다. ‘부부체계의 경계선’ 안에는 원 가족과 분리되어 부부만의 새로운 가정문화를 만들어 가고, 부부만의 경계선을 가져야 한다는 의미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인간을 창조하시고 가정을 만드신 하나님께서는 성경을 통해 ‘이러므로 남자가 부모를 떠나 그의 아내와 합하여 둘이 한 몸을 이룰지로다(창세기 2장 24절)’라고 말씀하고 계십니다. 성인이 된 남자와 여자는 부모로부터 신체적, 정서적, 경제적, 신앙적으로 자립하고 배우자와 연합하여 새로운 부부체계와 가정문화를 만들어 갈 것을 명령하고 계신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또한 신명기에서는 ‘사람이 새로이 아내를 맞이하였으면 그를 군대로 내보내지 말 것이요 아무 직무도 그에게 맡기지 말 것이며 그는 일 년 동안 한가하게 집에 있으면서 그가 맞이한 아내를 즐겁게 할지니라(신명기 24장 5절)’고 말씀하고 있습니다. 신혼인 남자를 군대에 내보내지 않고 면제시켜 줌으로써 새로운 가정이 잘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보호해주시는 하나님의 따뜻한 배려를 엿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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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부부가 어떻게 ‘건강한 분리’를 할 수 있을까요? 이를 위해서 가장 필요한 것은 ‘부부중심, 부부우선’의 가치를 부부가 함께 공유하고 합의하는 것입니다. 원 가족이나 자녀 등이 우선이 아닌 바로 부부가 우선이 되고 중심이 되는 것입니다. 결혼생활 중에 배우자보다 원 가족이 우선시 될 때 배우자는 섭섭함을 느끼게 되고, 부부관계의 기둥이 되는 신뢰와 헌신에 금이 갈 수 있습니다. 반면에 부부체계의 경계선이 명확하고, 부부가 연합하여 ‘한 팀’이 되어 원 가족을 돌보고, 자녀를 돌볼 때 그 가정은 건강하고 원만하게 기능할 수 있습니다. 이를 위해서는 부모가 자녀를 ‘잘 떠나보내기 위해서 양육하는 태도’가 매우 중요합니다. 때때로 상담현장에서 부모가 지나치게 성인자녀를 의지하고, 결혼 후에도 그것이 연장되면서 부부갈등의 큰 요인이 되는 경우를 많이 보게 됩니다. 부모의 의존적인 태도가 자녀의 결혼생활을 방해하게 되는 것이지요. 건강한 가정을 위해서는 자녀의 자립이 중요한 만큼, 부모의 자립도 중요합니다. 또한 부부체계의 경계를 명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 배우자와 논의하고 타인에게 한계를 알게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경계를 설정하지 못한 부부는 원 가족이나 자녀, 친구 등 타인들이 부부체계의 경계를 침범하는 것을 허용하게 되어 부부관계가 악화될 수 있습니다.
부부가 ‘한 팀’으로서 연합하는 것은 건강한 가정을 위해 정말 중요합니다. 성인남녀가 부모를 떠나 연합하여 건강한 그들만의 가정문화와 부부체계를 세워갈 수 있도록 지지하고, 도와주는 낙원의 가족들이 되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