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원프레이즈 2018 년 3월 호]
부부상담 – 동반자에 대한 감사
글_방미화
(이룸심리상담센터 대표)
“할아버지..
내가 보고 싶더라도 참아야 돼
나도 할아버지 보고 싶어도 참는 거야
할아버지요.. 나는 집으로 가요..
난 집으로 가니할아버지는 잘 계셔요춥더라도 참고..”
-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대사 中 -
그들은 76년을 연인으로 살았습니다. 조그만 셋 강이 흐르는 강원도 횡성의 아담한 시골마을. 89세 소녀감성 강계열 할머니와 98세 사랑꾼 조병만 할아버지의 이야기입니다. 진모영 감독의 이 영화는 전 국민의 가슴을 울리며 2014년 다큐멘터리 영화로서는 경이로운 관객 수 4,801,818명을 기록했습니다. 낙원의 가족들도 이 영화를 많이들 보셨을 줄 압니다. 저는 이혼위기나 갈등 속에 있는 부부들을 상담하는 중에 이 영화를 부부가 함께 보도록 과제로 내주곤 합니다. 부부로서 살아가는 것에 대해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입니다. 아마 이 두 분에게 결혼만족도 검사를 했다면 당연히 무척 높게 나타났겠지요.
요즘 우리나라의 결혼만족도는 어떨까요? 한국보건사회연구원과 서울대사회발전연구소, 성균관대 서베이리서치센터 공동연구진이 2016년 전국 만18세 이상 1,052명의 남녀를 대상으로 결혼만족도 등을 조사한 결과, 결혼만족도가 연령이 높아질수록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합니다. 남녀 차이도 커서 결혼생활을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여성이 남성보다 네 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고 합니다(한국일보, 2017. 2. 9). 결혼만족도에 대한 성별차이가 큰 것은 가부장적 인식이 갈수록 퇴색해가고는 있지만, 육아 및 가사노동에서 여전히 여성에게 많은 부담이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연구진이 저녁식사 준비·세탁·청소 등의 지표를 이용해 남편과 아내의 가사 참여 정도를 측정한 결과, 여성의 가사분담률은 79.9%에 달할 정도로 높았다고 합니다. 이것은 우리의 부부관계를 돌아보게 하는 의미 있는 연구결과인 것 같습니다.
연령이 높아질수록 결혼만족도가 떨어지는 보다 근본적인 원인 중의 하나는 ‘동반자에 대한 감사’를 점점 잃어버리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부부는 결혼을 하고 시간이 흐르면 함께 있는 생활에 점점 익숙해집니다. 자녀가 태어나면 각자의 역할에 파묻히게 되고, 애써 노력하지 않으면 부부중심의 삶에서 점점 자녀중심의 삶으로 가정생활이 흘러가기 쉽습니다. 함께 살아가는 것이 당연시 되고, 내 곁에 동반자로 존재하는 배우자에 대한 감사를 잃어버리게 됩니다. 그런데 배우자가 내 곁에 있는 것이 과연 당연한 일일까요? 갑작스런 사고나 질병, 죽음 등 평온한 일상을 위협하는 일들은 언제나 우리 주변에 공존하고 있습니다.
인간으로서 실존의 한계를 기억하며, 배우자의 존재에 대한 감사를 표현하는 것이 부부관계를 매너리즘에 빠지지 않도록 도와주는 근본적인 대안이라고 생각합니다. 함께 식사하고 함께 잠들 수 있는 일상에 대한 고마움. 퇴근하면 불 켜진 집에 반겨주는 이가 있음에 대한 감사. 인생의 희로애락을 함께하며, 힘든 일이 있을 땐 서로 의논하며 한 팀을 이루어 헤쳐나갈 수 있음에 대한 감사... 그리고 배우자의 존재에 대한 감사가 퇴색될 때는 다양한 노력도 필요할 것 같습니다. 부부만의 시간을 따로 내어 데이트도 하고, 둘만의 짧은 여행을 하는 것도 좋겠지요. 이렇게 동반자로서의 존재에 대한 깊은 감사가 기반이 될 때, 부부관계는 시간이 흐를수록 더 깊은 신뢰와 사랑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일상에 묻혀 내 곁에 있는 배우자에 대한 감사를 잃어버릴 때,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영화를 추천합니다. 부부가 함께 보셔도 참 좋을 것 같습니다.
- 영화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 장면 중